미니멀 라이프
요즘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모두 느끼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치솟는 부동산, 지나친 물가와 같은 요인들도 이런 삶의 방식을 확산시키데 일조하고 있는 듯?
어쨌든, 이런 미니멀 라이프와 잘 정리된 삶이 어떤 공통점들을 가지기 때문에 이와 연관해서 앞으로 포스팅할 정리의 기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이 글을 씁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기본 조건은 무의미한 소유욕을 덜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를 추구하고 실행해 보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적게 가질수록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 같다” 입니다.
저는 이런 긍정적인 심리반응이 단순히 적게 가졌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명료한 인식으로부터 오는 거죠. 제가 아무리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려 해도 저는 조선시대가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방처럼 좌식 책상하나, 책 몇권, 문방사우, 옷 몇벌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현대문명이 선물한 것들을 충분히 누리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해야 합니다.
몇년전부터 저는 반드시 물질적으로 우리 공간에 존재해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디지털화 가능한 것)으로 구분해서 모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능한 모든 것들을 디지털화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남았고, 불가능 한 부분도 분명합니다. 예를들어서 몸에 걸치는 옷을 디지털화 할 수는 없죠. 가능한 것들을 추려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우리는 손바닥 만한 외장하드 하나에, 수만장의 사진과, 수천권의 책과, 수천곡의 음악, 수백편의 영화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전처럼 음반을 가득 꽂아두고, 서재에 책꽂이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뿌듯해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이미 음악은 대부분 디지털 음원으로 소비되고 있고, 도서도 점점 디지털컨텐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바는 하드디스크의 안정성이겠죠. 일반적으로 10년안에 대부분의 하드디스크가 수명을 다합니다. 혹은 한번만 책상에서 떨어뜨려도 대부분의 경우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중요한 파일들을 개인이 2중, 3중으로 백업한다는 건 몹시 번거로운 일이죠.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화된 자료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물리적으로 손에 잡히고 존재하는 것들에 가지는 미련이 여기서부터 나온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장하고 있고, 이런 서비스들의 신뢰성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혹은 완전히 무료로 상당부분을 디지털화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 자료 보존, 정리를 위한 최적의 답. 구글.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존재합니다만 저는 구글이 가장 완벽하게 모든 형태의 파일을 저장할 수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저 비용으로 말이죠.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부분은
- 1600만 화소 미만의 사진 무제한 무료(구글 포토스)
- 무손실 음원 flac으로 5만곡까지 무료
- 15GB의 구글 드라이브 무료
- 구글 문서, 구글 스프레트 시트, 구글 프레젠테이션 등 오피스 문서 무제한 무료.
- 구글 스토어를 통해 구매한 도서, 영화 영구 재사용가능.
사실 영화, 사진, 음악을 제외하면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기타 파일의 용량을 모두 합쳐도 일반적으로는 15GB를 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필요 시 100GB USD1.99/월, 1TB USD9.99/월의 비용으로 확장가능 합니다. 그 이상도 물론 가능합니다. 이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상되지 않는 안정적 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충분히 그 가치가 있습니다. 심지어 어디서도 접근가능한 NAS로 구축하는 것보다 이편이 비용이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요할때마다 그만큼 용량을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것도 용이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남는 저장공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요. 무엇보다 점점 싸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저렴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지털 컨텐츠의 크기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리고 이런 서비스에 불안감을 가지는 분들이 꽤 계신 듯 한데,
일단 자료를 날렸다고 하는 분들은 이 서비스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동기화 되고 어떤식으로 저장공간과 파일들을 공유하는 지 등에 대해서 추후에 하나씩 포스팅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파일을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해서도….
해킹이나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자료들을 백업하는 계정은 반드시 2중 보안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세팅후 처음 한번의 로그인 후에는 별다른 불편함도 없습니다.
실제 공간의 물건들은 어떻게?
이게 일반적으로 요즘 회자되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내용이죠. 그들이 말하는 솔루션도 아주 간단합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모두 버려라.”
과연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물건을 하나하나 뜯어보다보면 분명 아쉬운 물건들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몇년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라는 식의 솔루션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 방에 있는 소형 미니 드라이버 세트는 몇 년에 한번 사용할까 말까 하지만 어쨌든 지속적으로 사용합니다. 10년동안 읽지 않던 책을 어느날 읽기도 합니다. 어느날 방정리를 하다보니 밀봉 팩이나 고무줄 몇개가 필요합니다. 5년 10년 동안 한번도 쓴적이 없는 물건인데도요. 일괄적 기준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죠. 물론 그러다보면 완전히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없겠죠. 하지만 일정 기간마다 한번씩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정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정말로 불필요한 물건들만 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되실 겁니다.
수납공간은 얼마나 확보하나?
미니멀 라이프 얘기에서 잠시 벗어나서, 과거의 많은 정리의 기술에 대한 서적들도 많은 것을 버리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대체로 많은 물건을 어떻게 수납할지, 수납의 기술에 관한 내용이 더 많았죠. 집안 곳곳을 가득 채운 수납장들에 그것들을 정리하길 권해왔습니다.
글쎄요…?
저는 수납장 조차 최대한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납장이 많아진다는 건 어디에 무슨 물건이 들어있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일단 저는 혼자 살고 있지 않아서, 모든 것들이 제 방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만,
수납장을 제한하십시오. 수납장의 숫자는 자신의 인지범위하에서 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들어 우리집에 수납공간은 5개야. 라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화장실 비품을 넣어둘 문이 달린 수납장 1개
- 주방 싱크대 위의 개방형 찬장 1개
- 의류용 행거 1개
- 의류용 책꽂이형 선반 1개
- 책상옆 책꽂이 1개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그 수용량을 벗어나게 물건을 사지 마십시오. 완전히 체계가 잡혔다면, 여러분이 집안에 물건을 하나 들일때마다 하나는 버릴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보통 오래된 단독주택에 가보면 진짜 뭔놈의 짐이 그리도 많은지 기겁할 때가 있습니다. 잘 옮겨다니지 않고, 그 안에 짐을 계속 구겨넣으면서만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아무리 수납공간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 집이어도 소용 없습니다. 수납공간이 많은 건 결코 혼란을 줄이는 답이 되지 못합니다.
싱크대나 화장실 개수대 밑의 수납공간 같은 경우 관리가 제대로 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레인지 후드를 수납형으로 만들어봤자 거기는 기름때만 잔뜩 껴서 아무것도 수납할 수 없습니다. 버려진 공간이 될 뿐더러 점차 우리 인지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 되어가는 거죠. 차라리 오픈되어 있는 편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납공간 조차 줄이십시요.
넓은 공간이 유리할까?
말씀드렸다 시피 저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도 큰방, 넓은 책상이 정리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전혀 아니었습니다.
지금 쓰는 제 방이 너무 작아서 한동안 비워진 누나 방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 기간동안 혼란만 가중되어 가더라고요. 몇년만에 다시 작은 방으로 돌아왔고, 그냥 침대를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트리스가 세탁이 불가능 하다는 점 때문에 다시 바닥생활을 하려던 계획도 있었지만, 방이 너무 작아서 넣을수가 없더라고요. 넣으면 바닥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아무튼 저의 경우는 훠씬 작은 방으로 다시 옮긴 이후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공간의 크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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